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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이슈

코스피가 박스인 이유는 기관이 안 사기 때문입니다. 기관이 안 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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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들였습니다. 전년동기 대비 크게 성장했는데, 기저효과를 떼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며 세금 또한 엄청나게 거둬들여졌는데 어느 정도냐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재부의 세수 오차의 원인 중 하나가 동학개미들로부터 나온 자산시장 호황이라고 예기될 정도입니다.

 

 

코스피가 박스인 이유는 기관이 안 사기 때문입니다.

기관이 안 사는 이유는 코스피의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매우 낮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관 너네들 똑바로 보는 거 맞아?라고 물으면 지나고 보니 기관이 틀렸더라는 게 결론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어쨌든 기관들이 현재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작년 코로나 쇼크 때 코스피 1500선이 깨지고서 1500부터 2000까지 회복하는 과정에서 기관이 매수했던 날은 정말 거의 없었습니다.

기억상 며칠 안 됩니다. 인상적이어서 기억나는 날이 2000이 조금 안 되던 1950~1990 지수에서 개인과 외인이 쌍으로 팔 때 딱 하루 시원하게 현물을 매수했던 게 기억납니다.

코스피 2000~2400 박스에서도 기관은 매수하지 않았고

코스피 2400 ~ 2600 박스에서도 기관은 매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코스피 역사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역사, 코스피 3천의 역사가 시작됐는데, 그때의 키맨은 외국인이었습니다.

6만원을 뚫기 버거워하던 삼성전자를 6만원에서 9만원까지 원웨이로 올리며 코스피 3천의 역사를 열어버렸는데, 이 과정에서 기관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위의 얘기를 종합하면, 코스피 1500에서 3000을 갈 때까지도 기관은 현물을 제대로 사지 않았단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기관들이 코스피 전망을 더블딥이 올 거라고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1500에서 원웨이 상승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들어올리다가 다시 한 번 쌍바닥 확인한다고 예측하고 현금을 잔뜩 쌓아놨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하고 모두가 바라던 조정은 오지 않았고, 결국 현금만 손에 쥔 채 기관들은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게 됩니다.

그리고서 기관은 오직 현선물 포지션을 헷지로 가져가는 무차익 거래만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선물을 시원하게 사며 시장을 이끌어가는 포지션을 보여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치고 현금은 많아, 그러자고 코스피 3천에서 지르기엔 아까워

외국인들이 선물을 사고 파는 장단에 맞춰 호가만 맞춰주며 선물 사면 현물 팔고, 선물 팔면 현물 사는 무차익 프로그램 매매만 잔뜩 돌려댔습니다.

코스피 박스의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기관이 시장을 이끌어갈 생각은 없고 프로그램만 돌리면서 리스크 없이 개미 털어먹을 생각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연기금 같은 시장의 큰손이 시장의 천장을 만들어준 것도 한 몫 했고요.

연기금이 천장을 만든 순간 아 여기가 끝이구나, 이 이상은 못 가겠구나 싶었던 겁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3300위로 가려면 연기금이 팔기만 하는데 그 물량을 굳이 비싼 값으로 다 사줄 이유가 있을까요?

연기금은 리밸런싱 안 하고 국내자산 축소하고 해외투자를 늘리겠다고 못박았고, 그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습니다.

굳이 물량을 비싸게 다 받아줄 필요가 없는 거죠.

물론 코스피야 이머징마켓으로 묶이니 중국 경제에 무척 영향을 많이 받는데, 거시적으로 봤을 땐 중국 영향이 크겠죠 물론.

거시경제를 떼놓고 다른 이유를 또 말해보라면, 지수 가둬놓고 개미만 털어먹는 지긋지긋한 박스가 형성된 것엔 위의 이유 또한 한몫 했다고 봅니다.

 

 

기관들은 내년 코스피 상반기 이익전망치를 매우 낮게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V자회복 때처럼 설령 시간이 지난 뒤 돌아보니 기관의 시나리오가 틀렸더라고 밝혀지더라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코로나 이후 기관의 포지션을 보면 알 수 있듯, 기관이 틀려도 그 피해는 개미가 온전히 다 받기 마련입니다.

즉, 기관들이 내년 이익전망치를 낮게 보기 때문에 박스에 가둬놓고 지겹도록 팬다면, 그리고 가끔씩 터지는 중국발 악재 등으로 갭락 몇 번 맞고 지수가 쭉쭉 빠진다면 정신 온전하게 버틸 수 있는 개인투자자는 별로 없습니다.

10년, 20년 단위의 장기투자자라면 관계없겠지만 스윙투자자라면 어쩌면 내년까지 코스피의 장기 시나리오가 기관들이 박스로 개미 털어먹는 시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년까지도 지겨운 털어먹기 박스로 이어지든 아니든, 이 글의 결론은 다음입니다.

1) 기관들이 내년 코스피 이익전망치를 매우 낮게 보고 있다.

2) 까고보니 실적 좋던데?라고 해도 지나간 시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기관은 자신들이 틀렸을 경우 포지션을 무리해서 체인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3) 돈이 몰리는 곳을 발빠르게 캐치해서 따라다니자.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투자자는 부지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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