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inter is coming
최근 마감 시황을 보면 시장이 움직이는 기준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모건이 반도체 "winter is coming"이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구라였으며 이미 끝났고 너넨 이젠 죽은 목숨이니 all investors leave korea right now 외치며 매도 잡고 개인들 뚝배기를 다 깨놓았습니다.
근데 막상 실적을 까보니 실적은 좋았습니다. 그 전에 삼성전자가 계속 밀릴 때는 그럼 실적이 나빴느냐?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계속 좋았습니다. 그러면 주가는 왜 실적과 반대로 움직였을까요?
2. 실적이 좋은데 주가는 왜 하락할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뉴스, 반도체 업황도 좋고 실적도 잘 나왔는데 막상 주가는 하락하더라라는 코스피 시장의 뻔하디 뻔한 전개가 이어졌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해를 안된다며 "어라 실적이 좋은데 왜 주가는 하락하지?"라고 이해를 못하면
누가 꼭 나타나서 "주식시장은 경제를 선반영하는 건데 주린이 주식 처음하놐ㅋㅋㅋㅋ? 니 돈 달달하놐?ㅋㅋㅋㅋㅋ 잘 먹고 갑니다 77ㅓ억" 하며 놀리기만 하는데요,
실적이 좋은데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가 진짜 경제를 선반영해서 그러한 것이라면, 막상 실적의 record high를 찍은 뒤로부터는 실적이 하락해야 하락하는 주가가 설명될 텐데, 업황이 여전히 좋고 실적도 여전히 좋으며, 어떤 종목들은 피크아웃 우려로 주가가 하락한다고 해놓고선 분기 실적을 까볼 때마다 record high를 경신하더라는 겁니다.
이 경우,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주가는 경제를 선반영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3. 대체 뭐가 문제일까?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요?
코스피시장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코스피 시장은 전세계 금융시장의 규모와 비교하자면 말도 안되게 작은 곳입니다. 우리가 대한민국 사람이니 코스피에 관심있지, 외국인의 눈에는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되는 도박판일 뿐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인도 금융시장을 생각하는 수준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니 우리나라는 전세계 반도체의 중심 삼성전자도 있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경제규모를 가진 나란데 그 미개한 인도에 비교한다고? 쿠팡매매법 이 새끼 사짜였네 허접쉑ㅋㅋㅋㅋ"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올 3분기 기준 인도 증시 규모는 3조5000억달러(4140조원)로 세계 7위권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금융시장은 인도보다 못한 수준입니다. 인도 센섹스 지수가 5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엊그제였는데 현재는 58500 수준입니다.
우리가 코스피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서 그렇지 코스피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규모를 감안한다면 저 어디 구석에서 돗자리 펴놓고 바카라 판이나 펼쳐지고 있는 동네 시장 상권 정도인 겁니다.
더 직관적으로 비유하자면 코스피가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인 겁니다. 1%가 삼성전자고요.
4. 파생시장과 수급
코스피 시장이 이렇게 말도안되게 움직이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삼성전자 때문입니다.
아니 삼전이 왜?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국가의 마켓에서 단일종목 한 종목이 삼성전자처럼 지수 구성 비율에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코스피 시장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제일 위 1번부터 종합해서 더 쉽게 쓰자면,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외국인이 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관은 외국인에겐 개기지 않고 제일 약한 찐따들(개미) 돈이나 뺏어 오락실이나 다니는 양아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사면 파생으로 포지션 잡고 죽을 때까지 줘패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외국인을 이길 수 없습니다.
5. 수급으로 움직이는 시장
코스피 시장은 밸류에이션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실적과 경제전망보다 수급이 더 중요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겨울이 온다면서 winter is coming 하던 놈들이 지금은 어 반도체 반등함 좋을지도~라고 하는 게
진짜로 반도체가 나쁘고, 진짜로 반도체가 좋아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제까지 나빴던 반도체가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호황이 되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반도체 업황에는 큰 변화가 없었건만 외국인이 포지션을 잡은대로 주가를 움직이고 여론을 만드는 것 뿐입니다.
이 과정을 "장후시황"으로 "결과만" 확인하는 개미들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아니 반도체 안 좋다며? 근데 오늘부턴 갑자기 좋다고?
6. 정답은 수급
반도체 뿐만 아닙니다. 공매도가 재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5g 섹터가 크게 밀린 움직임을 기억하실 텐데, 최근에는 또 5g 가입자가 늘었니 어쩌니 향후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있니 하면서 조금 반등한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화학섹터, 건설 섹터에 실적 좋은 개별주들. 진짜로 실적으로 움직였을까요? 정말로 경제로 움직였을까요?
건설 섹터들 오늘 반등하기 전까지 pbr 0.5수준이었습니다. 왜 밸류에이션을 반영해주지 않을까요?
답은 포지션에 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이 숏을 잡고 밀면 주가가 하락하고, 다 털고 숏커버 하면서 바닥에서 다시 사면 주가가 상승하는 겁니다.
"박스"를 그들이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7. long과 비중조절
개인이 수급으로 움직이는 이런 시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두 가지라 생각합니다.
1) 트레이더가 되어 테마와 수급이 붙는 곳에서 매매한다.
2) 장기적 관점에서 long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섹터 혹은 종목을 잡고 지루하겠지만 기다린다. 비중조절을 하며 장기적 long의 관점으로 본다.
이곳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곳이 아닙니다.
시장을 이해하려 하지 맙시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시장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이런 태도에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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